주당 최장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법이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기업규모별로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단축법이 적용되지만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영향은 2004년부터 시행된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으로의 단축 때보다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법정노동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제적 기준으로 만성적 문제로 남아 있던 초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예외업종을 극히 좁히는 이번 제도 시행은 노동의 양적 투입 성장모델에서 인력의 질적 활용 혁신모델로 바뀔 토대를 놓는 것이다. 물론 이런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추가 노동시간 제한으로 인한 임금감소 및 중소기업들의 추가고용이 어려운 인력난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실노동시간 단축은 노사정 공감대에 바탕을 두고 추진
이번 근로시간 단축은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해서 초과근로를 축소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실 노동시간을 단축해서 세계적인 장시간 노동국가로부터 탈피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확산되어 왔고 구체적으로는 주로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져 왔는데 2010년 근로시간 및 임금제도 개선위원회, 2012년 근로시간 특례업종개선위원회, 2013년 실근로시간단축위원회 등에서 지속적인 논의를 해왔고 국회에서도 2016년 이후 근로시간과 관련한 총 21건의 법 개정안이 제출된 바도 있다.
즉 사회적으로 현재까지 논의가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충분한 사회적 대화와 전문가들의 연구들이 있었기에 이제는 실제로 단축을 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을 잘 대처해서 질서있는 법 집행과 정책적 대응이 이루어질 과제가 남아있다.
이전에 노동시간 제한에서 광범위하게 허용되던 예외업종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주말도 주 52시간 상한에 포함되면서 이번 법 개정으로 부분적으로 노사의 적응이 쉽지 않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그렇다고 이미 10여 년간 구축된 실 노동시간을 단축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와 노력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면 일자리 기회가 늘어
실 노동시간의 단축은 현재 취업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한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는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나아가서 일자리가 귀한 우리 현실에서 추가적인 고용을 통해 실업자를 줄여 경제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노동연구원이 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근거로 추산한 주 52시간 초과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99만 명이고 2021년까지 주 52시간 노동이 실천된다면 최대 13만 여명의 추가 고용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간 단축이 모두 추가고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늘어난 인건비와 인력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기업들이 해외진출이나 자동화로 대응할 것이란 지적과 예상도 있지만 지나치게 단기적 비용절감에 몰두하는 단편적인 경영을 하는 기업들을 제외한다면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즉 장시간 노동이 가져다 준 저생산성 한계를 돌파하고 근로여건의 열악함으로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청년층을 유인할 수 있는 경영혁신의 여건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행히 우리 중소기업들은 아직 법적용에 몇 년의 시간이 남아 있기에 차분히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의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에 의하면 제조, 운수, 도소매업 등 노동시간 단축이 예정된 업종에서 2018년 상반기 채용예정인원이 31만4000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2.1% 증가했고 특히 30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작년 동기대비 증가율이 2.5%에 달했다.
장시간 노동 단축으로부터 생산성 향상으로 가야
우리 중소기업들이 장시간 노동체제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도 단기적인 지원책과 아울러 중장기적인 혁신 지향성을 가지도록 도와야 한다. 정부는 이미 2018년 5월 17일 ‘노동시간 단축 현장 안착 지원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신규채용 확대시 인건비를 지원하는 단기적 대책과 아울러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일터 혁신 지원과 저소득 노동자들의 학습기회 확대를 위한 내일배움카드 수혜층 확대 등 보다 근본적인 지원책도 포함되어 있다.
저소득, 저기능,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겨냥한 생산성 향상 비전과 정책은 사실 시대적 당위성과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상의 상위 비전과 목표로 중시되지 못 해왔다. 저생산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과 현장 학습 강화는 더 이상 과도한 초과 노동에 의존할 수 없는 상태에서 기업의 경쟁력과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는 핵심적 정책이다.
높은 생산성은 높은 임금을 보장하고 기업의 고부가가치 생산 경쟁력을 유도해 국제적인 수출전쟁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길이다.
생산성과 학습에 대한 특별한 보상과 지원 필요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은 생산성 향상을 통한 비교 우위를 확보하자는 이런 중장기적 비전을 설정하고 실행하는데 단기적으로는 장애를 제공해주고 있다.
줄어든 노동시간으로 인해 기존에 총 노동시간으로 포함되던 기업내 교육훈련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이를 보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중소기업들에 한해서라도 기업내 현장학습을 진행하는 시간에 대해선 고용보험기금에서 능력개발지원금을 더 늘려주어 노동자들의 학습수당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교육훈련시간은 노동시간 제한에 넣지 않고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법적, 행정적 지원을 추가적으로 취해야 한다.
주 52시간 노동이 시행되면 노동자 개인적인 교육훈련을 받을 시간은 줄어든 초과노동과 여유시간으로 인해 형식상은 늘어날 수 있지만 기업들의 입장에선 이직을 줄이고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에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교육훈련을 강화하기 위한 현장학습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예컨대 주 10시간 이내 한도에서 교육훈련을 시행할 경우 이를 적극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노동자들, 특히 중소기업 노동자들 입장에서도 한시적으로 교육훈련을 통한 수당지급이 초과노동의 감소로 갑자기 줄어드는 임금감소분을 어느 정도 보완할 장치가 될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 4차 산업혁명 대응 계기로 발전시켜야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진행되는 현실에서 장시간 노동이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지식노동은 보다 시간과 공간을 통제받기 보다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직무중심 노동으로 바뀌고 육체노동은 정보통신기술과 로봇을 활용하고 공존할 수 있는 기술노동으로 바뀌고 있다.
줄어드는 노동시간만큼 추가 인력을 고용하기 어려운 기업들에서는 우선 생산성 향상을 통한 일자리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여기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생산라인을 늘리고 추가 인력을 고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로봇이 사람의 노동을 일방적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IT와 로봇을 활용하는 능력있는 노동자들이 된다면 유사한 추가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이미 독일에선 독일 방식의 4차 산업혁명인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 확산을 통해 로봇활용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도 지나치게 제로섬(zero-sum)적인 발상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수세적으로나 부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생산조직과 인사관리를 갖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출처 : 정책브리핑(http://korea.kr/celebrity/contributePolicyView.do?newsId=148851901)